[인디스 4남매]

세이레나 2014. 7. 31. 21:46



소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린 꼬마가 눈을 떴다. 그 아이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화려한 가구와 인테리어의 가치는 전혀 안중에도 없을 어린 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 잠이 덜 깬 양 보이는 걸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비슷한 인테리어의 옆 방에서는 아이의 누나로 보이는 소녀가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는 가장 가까이 있던 자신의 누이의 방에 생각 없이 들어온 것이다. 조금 위태롭게 침대위로 거의 기어 올라가다시피 한 아이는 자신보다 클 뿐 아직 작은 누이의 몸을 흔들어 깨웠다.

 

 누나.. 누나..”

 

 아직 어린 소녀답게 아이의 누이 또한 금새 눈을 떠 자신의 어린 동생을 바라보았다.

 

 랄웬누나, 엄마는? 형아는?”

 

 그제서야 랄웬이라 불린 소녀도 눈을 떠서 주변을 살폈다. 랄웬 또한 자신을 옆에서 재워주던 두 사람의 부재에 동생 아라핀웨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잠옷드레스를 질질 땅에 끌며 아직 소녀에게도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를 까치발을 들어 힘겹게 돌릴 수 있었다. 울기만 하면 금새 누군가 달려올 것이지만 두 아이는 모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잘 울지 않았다. 누이인 랄웬은 당차고 겁이 없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동생인 아라핀웨는 어머니를 닮아 순하고 차분했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두 아이에게는 한없이 길고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몇 개의 방이나 거쳤을까. 랄웬은 다시 낑낑 까치발을 들어 방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랄웬, 잉골도? 너희 언제 깬거니?”

 그곳에는 어머니를 쏙 빼닯은 금발을 가진 큰 누이 핀디스가 혼자 방에서 조용히 자수를 놓고 있었다. 두 어린 동생들에게 선물할 아름다운 새 자수를 놓던 핀디스는 그것을 내려놓고 두 동생들에게 다가왔다.

 언니, 엄마는? 오빠는?”

 인디스는 잠시 아버지 핀웨와 함께 외출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러나 두 아이를 달래 줄 사람이 있었으니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핀디스는 이내 밝게 웃으며 양손으로 각각 두 동생의 한쪽 손을 잡았다.

 , 우리 오빠, 형아 찾으러 갈까?”


 --


 아라카노!”

 오빠!” “형아!”

 

 놀로핀웨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 손으로두 동생의 손을 잡은 핀디스와 자신을 가르키며 핀디스에게 무어라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에 비해 아직 한없이 작은 어린 두 동생을 바라보았다. 큰 누이의 양손을 잡고 티없이 맑은 눈을 빛내는 사랑스러운 동생들. 그 둘은 놀로핀웨가 올라 누워있는 두 나무 바로 아래로 와 그 작은 몸으로 아무리 뛰어봤자 닿을 리 없는 나무 위로 양 팔을 벌린 채 깡총깡총 뛰었다.

 오빠, 나도! 나도! 나도 올라갈래

 형아, 나도 올라갈래!”

  놀로핀웨는 자신이 올라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두 동생이 올라오기엔 조금 높은 나무위에서 두 동생을 난처하게 바라봤다. 어떻게든 두 동생을 달래보려는 핀디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핀디스와 놀로핀웨의 속을 알 턱 없는 두 동생은 지금만큼은 지극히 그 나이 또래에 어울리게 핀디스의 치마자락을 잡아당기며 보채기 시작했다.

 

 놀로핀웨는 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찡긋했다. 자신에게 장단을 맞춰달라는 의미였고, 다행히 눈치가 빨랐던 핀디스는 그 뜻을 알아챘다.

 누이. 제가 가져온 쿠키, 아직 하나도 안 먹었는데. 같이 먹어요.”

 그래 같이 먹자. 나도 먹고 싶네.”

 그 말을 들은 놀로핀웨는 두 동생을 향해 장난끼 담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 이제 나무에서 내려가서 핀디스 누이랑 같이 과자 먹으러 갈 건데, 그래도 너희는 여기 있을거지? 내가 내려가서 올려줄게.”

 그러자 두 동생은 언제 자기가 보챘냐는 듯이 핀디스의 치마폭 뒤에 숨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였다. 방금 전 까지 한 목소리로 올려달라고 보채던 둘은 이제 한 목소리로 자기들도 형,누나와 과자 먹으러 갈 거라고 말하는 모습에 이내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놀로핀웨는 책을 덮고 가볍게 뛰어 발에 땅을 디뎠다.

 

--

 

랄웬데는 동생을 다시 재워야겠다는 오빠의 말에 뛰듯이 맞은편에 있는 언니 핀디스의 실크드레스 위에 앉았다. 곧 놀로핀웨는 자신의 오른쪽에 기대어 눈만 깜빡깜빡 하고 있는 동생을 자기 품에 안아주었다. 한 손으로 동생의 등을 받치고 한 손으로는 작고 보들보들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어렸을 적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 인디스가 이리 해주면 마음의 안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동생들을 재울 때 항상 그리 하곤 하였다. 아라핀웨에게 어머니 품에 있는 것만큼 이나 친숙한 형의 품과 익숙한 체취와 한쪽 귀를 통해 들어오는 규칙적인 심장소리, 자신의 등을 살살 두드려주는 손길에 점차 빠져들었다. 행여 너무도 밝게 빛나는 두 나무의 빛 때문에 동생이 눈 부셔 못 잘세라 놀로핀웨는 자신의 품과, 동생의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살짝 얹어 눈에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곧 아라핀웨는 곤히 잠들었고 그 모습을 세 남매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이제 침실에 가서 뉘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야 될 것 같아. , 랄웬 너도 조금 더 잘래?”

 아니. 난 안 졸려, 오빠!”

 어느새 곤히 잠든 막내 동생과 달리 오히려 놀다 보니 완전히 잠이 깨버린 듯한 랄웬데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잉골도 방에 뉘이고.. 말이라도 타러 나갈래?”

 랄웬데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핀디스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반드시 말을 타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말보다 마차를 선호했고, 그보다 잔디밭을 조용히 걷는 것을 좋아하는 공주님이었으나 랄웬데는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아직 말 타는 것을 배울 나이가 아니었기에 주로 그녀의 오빠나 다른 이들이 함께 태워주는 것뿐이긴 했지만 말이다. 신나하는 랄웬데에게 들리지 않게 놀로핀웨는 조용히 자신의 큰 누이에게 말했다.

 그래야, 누이가 조용히 방에서 자수를 놓을 수 있겠죠?”

 그 말에 핀디스는 어머니를 꼭 닮은 미소로 대답했다. 랄웬데와 함께 놀다보면 아무래도 집안 전체가 뒤흔들리는 일도 다반했기 때문이다.

 그래, 부탁 좀 할게.”

 곧 그들은 한참을 앉아있던 정원에서 일어났다.

 유독 두 나무의 빛이 맑은 어느 날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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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디스 4남매가 너무 좋습니다. 사이좋았을 것 같은 사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