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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ㄱㅍ + ㄹㅋㄹㄹ]

2016. 10. 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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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ㄴㅇㅇ] 단문들

2016. 10. 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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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 4남매]

2014. 7. 31. 21:46



소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어린 꼬마가 눈을 떴다. 그 아이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화려한 가구와 인테리어의 가치는 전혀 안중에도 없을 어린 아이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 잠이 덜 깬 양 보이는 걸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바로 옆방으로 들어갔다. 비슷한 인테리어의 옆 방에서는 아이의 누나로 보이는 소녀가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아이는 가장 가까이 있던 자신의 누이의 방에 생각 없이 들어온 것이다. 조금 위태롭게 침대위로 거의 기어 올라가다시피 한 아이는 자신보다 클 뿐 아직 작은 누이의 몸을 흔들어 깨웠다.

 

 누나.. 누나..”

 

 아직 어린 소녀답게 아이의 누이 또한 금새 눈을 떠 자신의 어린 동생을 바라보았다.

 

 랄웬누나, 엄마는? 형아는?”

 

 그제서야 랄웬이라 불린 소녀도 눈을 떠서 주변을 살폈다. 랄웬 또한 자신을 옆에서 재워주던 두 사람의 부재에 동생 아라핀웨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잠옷드레스를 질질 땅에 끌며 아직 소녀에게도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를 까치발을 들어 힘겹게 돌릴 수 있었다. 울기만 하면 금새 누군가 달려올 것이지만 두 아이는 모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잘 울지 않았다. 누이인 랄웬은 당차고 겁이 없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동생인 아라핀웨는 어머니를 닮아 순하고 차분했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고 두 아이에게는 한없이 길고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몇 개의 방이나 거쳤을까. 랄웬은 다시 낑낑 까치발을 들어 방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랄웬, 잉골도? 너희 언제 깬거니?”

 그곳에는 어머니를 쏙 빼닯은 금발을 가진 큰 누이 핀디스가 혼자 방에서 조용히 자수를 놓고 있었다. 두 어린 동생들에게 선물할 아름다운 새 자수를 놓던 핀디스는 그것을 내려놓고 두 동생들에게 다가왔다.

 언니, 엄마는? 오빠는?”

 인디스는 잠시 아버지 핀웨와 함께 외출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러나 두 아이를 달래 줄 사람이 있었으니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핀디스는 이내 밝게 웃으며 양손으로 각각 두 동생의 한쪽 손을 잡았다.

 , 우리 오빠, 형아 찾으러 갈까?”


 --


 아라카노!”

 오빠!” “형아!”

 

 놀로핀웨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 손으로두 동생의 손을 잡은 핀디스와 자신을 가르키며 핀디스에게 무어라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에 비해 아직 한없이 작은 어린 두 동생을 바라보았다. 큰 누이의 양손을 잡고 티없이 맑은 눈을 빛내는 사랑스러운 동생들. 그 둘은 놀로핀웨가 올라 누워있는 두 나무 바로 아래로 와 그 작은 몸으로 아무리 뛰어봤자 닿을 리 없는 나무 위로 양 팔을 벌린 채 깡총깡총 뛰었다.

 오빠, 나도! 나도! 나도 올라갈래

 형아, 나도 올라갈래!”

  놀로핀웨는 자신이 올라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두 동생이 올라오기엔 조금 높은 나무위에서 두 동생을 난처하게 바라봤다. 어떻게든 두 동생을 달래보려는 핀디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핀디스와 놀로핀웨의 속을 알 턱 없는 두 동생은 지금만큼은 지극히 그 나이 또래에 어울리게 핀디스의 치마자락을 잡아당기며 보채기 시작했다.

 

 놀로핀웨는 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찡긋했다. 자신에게 장단을 맞춰달라는 의미였고, 다행히 눈치가 빨랐던 핀디스는 그 뜻을 알아챘다.

 누이. 제가 가져온 쿠키, 아직 하나도 안 먹었는데. 같이 먹어요.”

 그래 같이 먹자. 나도 먹고 싶네.”

 그 말을 들은 놀로핀웨는 두 동생을 향해 장난끼 담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 이제 나무에서 내려가서 핀디스 누이랑 같이 과자 먹으러 갈 건데, 그래도 너희는 여기 있을거지? 내가 내려가서 올려줄게.”

 그러자 두 동생은 언제 자기가 보챘냐는 듯이 핀디스의 치마폭 뒤에 숨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였다. 방금 전 까지 한 목소리로 올려달라고 보채던 둘은 이제 한 목소리로 자기들도 형,누나와 과자 먹으러 갈 거라고 말하는 모습에 이내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놀로핀웨는 책을 덮고 가볍게 뛰어 발에 땅을 디뎠다.

 

--

 

랄웬데는 동생을 다시 재워야겠다는 오빠의 말에 뛰듯이 맞은편에 있는 언니 핀디스의 실크드레스 위에 앉았다. 곧 놀로핀웨는 자신의 오른쪽에 기대어 눈만 깜빡깜빡 하고 있는 동생을 자기 품에 안아주었다. 한 손으로 동생의 등을 받치고 한 손으로는 작고 보들보들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어렸을 적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 인디스가 이리 해주면 마음의 안정을 느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동생들을 재울 때 항상 그리 하곤 하였다. 아라핀웨에게 어머니 품에 있는 것만큼 이나 친숙한 형의 품과 익숙한 체취와 한쪽 귀를 통해 들어오는 규칙적인 심장소리, 자신의 등을 살살 두드려주는 손길에 점차 빠져들었다. 행여 너무도 밝게 빛나는 두 나무의 빛 때문에 동생이 눈 부셔 못 잘세라 놀로핀웨는 자신의 품과, 동생의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살짝 얹어 눈에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곧 아라핀웨는 곤히 잠들었고 그 모습을 세 남매는 웃으며 바라보았다. 

 이제 침실에 가서 뉘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야 될 것 같아. , 랄웬 너도 조금 더 잘래?”

 아니. 난 안 졸려, 오빠!”

 어느새 곤히 잠든 막내 동생과 달리 오히려 놀다 보니 완전히 잠이 깨버린 듯한 랄웬데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잉골도 방에 뉘이고.. 말이라도 타러 나갈래?”

 랄웬데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핀디스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반드시 말을 타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말보다 마차를 선호했고, 그보다 잔디밭을 조용히 걷는 것을 좋아하는 공주님이었으나 랄웬데는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아직 말 타는 것을 배울 나이가 아니었기에 주로 그녀의 오빠나 다른 이들이 함께 태워주는 것뿐이긴 했지만 말이다. 신나하는 랄웬데에게 들리지 않게 놀로핀웨는 조용히 자신의 큰 누이에게 말했다.

 그래야, 누이가 조용히 방에서 자수를 놓을 수 있겠죠?”

 그 말에 핀디스는 어머니를 꼭 닮은 미소로 대답했다. 랄웬데와 함께 놀다보면 아무래도 집안 전체가 뒤흔들리는 일도 다반했기 때문이다.

 그래, 부탁 좀 할게.”

 곧 그들은 한참을 앉아있던 정원에서 일어났다.

 유독 두 나무의 빛이 맑은 어느 날의 오후였다.



**

요즘은 인디스 4남매가 너무 좋습니다. 사이좋았을 것 같은 사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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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ㅍ + )

2014. 7. 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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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이래뵈도 놀도르 내 서열 2위인데.

실마릴리온 내에서 분명 핀골핀이 놀도르 서열 1위고 핀곤이 다음으로 인정받았다는데, 공식석상에서라면야 모를까 사촌들끼리 사적으로 모였을 때는 핀곤은 서열 밖이였을 거라 생각된다. 

  핀로드와 투르곤이 나르고스론드와 곤돌린 세우기 전 어느날 핀골핀 가와 피나르핀 가 사촌들 다 모여서 앉아있을 때,  예를 들어 앙그로드와 아에그노르 형제가 너무 크게 떠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1. (지나가던) 핀골핀: 조금 조용히 놀아라.

 앙그/아이: 네. 죄송해요. (_  _)a

 2. 투르곤/핀로드/오로드레스: 조금 조용히 하는게 좋지 않을까?

 앙그/아이: 알았어요. 형.. ('ㅁ')/

 3. 핀곤: 조금 조용히 하자.

 앙그/아이: 싫은데?! 블라블라블라블라~ (/^0^)/ 

 핀곤: 아놔ㅋ (=ㅁ=;)



 2. 페아노르와 핀골핀

 자신에게 어머니는 없고 아버지 하나 뿐인데, 그 하나 뿐인 아버지마저 새엄마와 이복동생한테 빼앗겼다는 박탈감에 살아야했던 페아노르. 아마 페아노르는 "이복동생 저녀석은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 가졌지만 난 아버지 하나 뿐인데"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핀골핀은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곁에 있었지만 아버지의 시선은 자신에게 있지 않았고 거의 모든 사랑을 장자에게만 쏟았다. 그러다보니 핀골핀은 "아버지는 계시지만 나에게 관심도 없는데 무슨 소용인가. 나에게도 결국엔 어머니 한 분 뿐이다" 라고 생각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을 듯.

 이 둘이 서로의 이 심정을 조금 더 어른스럽게 이해하고 대처했다면.. 실마릴리온 스토리가 안 나왔겠지ㅋ 피나르핀만 세 명인 실마릴리온이 나왔을듯. 그러니 두 분 제발 그만 싸우고 같이 원흉 핀웨를 까세요(?)



 3. 실마릴리온을 읽은 지인이 핀웨의 가장 큰 잘못은

 "결혼까지 해서 자식을 일곱이나 둔 아들을 성인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론 엘다르는 정신적으로는 나이를 느리게 먹기 때문에 완전한 성년이 될 때까지 꽤 걸린다지만 인간도 18~20살을 성인으로 보는데, 그 때는 인생의 모든 지혜를 통달한 시점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의 최소한의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페아노르는 이미 온전한 성인이고,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성인임에도 이복동생에게 칼을 겨눴고 발라들에 의해 처벌받았으나 핀웨는 오로지 페아노르를 감쌌다는 것이다. 마치 아직 어린 아이가 철 모르고 한 행동을 감싸듯이. 

 저 이야기를 하신 분은 "과연 페아노르의 포르메노스 추방이 페아노르에게 형벌로써 의미가 있었을까?" 라고 되물었는데, 진짜 없었을 것 같다. 꼴도 보기 싫은 새엄마와 이복동생들로부터 아버지를 떨어뜨려놨고, 정말 아버지는 이제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된 데다가 자식들과 따르는 이들 모두가 따라왔다. 결론, 핀웨가 진짜 나쁜넘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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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명 놀도르의 3대, 4대, 5대왕의 즉위식에 대한 썰을 풀어보고 싶었다.


 1. 핀골핀 아라카노

 즉위식 자체는 핀웨 다음으로 성대하게 했을 것 같다. 핀골핀이 딱히 그런쪽으로 규모나 화려함을 신경쓰는 존재라서가 아니라 그래야 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핀골핀의 즉위식은 핀웨 사후 (나무시대 1495년) 핀골핀의 즉위식까지(태양 7년)까지 둘로 갈라졌던 망명놀도르가 다시 한 명의 대왕 아래 모이는 걸 공표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그러니 대외적으로 성대하게 치뤄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규모면에서도 핀웨 다음 가는 규모, 아니 어쩌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핀웨 이상으로 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핀웨가 왕위에 오른건 엘다르들이 눈을 뜨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음을 감안하면 백성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 같아서.. 핀웨 사후 유일하게 페아노르/핀골핀/피나르핀 가문이 모두 모인 아래 치러진 즉위식이기도 할 것 같고. 놀도르 백성 뿐만 아니라, 놀도르 대왕을 섬기게 되는 미스림 신다르들까지 모두 모여들지 않았을까. 

 미스림 궁정에서 예장을 갖추면서 살짝 창문 너머로 모여든 인파와 왕의 침실 안 테이블에 고이 놓여있는 왕관을 보고 핀골핀은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왕의 섭정으로 티리온을 통치하는 그 순간에도 왕관을 자기 머리에 쓸거라고 생각은 전혀 안 해봤을 텐데. 엄연히 자신보다 서열 위인 페아노르가 있었고, 페아노르에게는 무려 아들만 일곱이었다. 그런데 결국 그게 자신에게 넘어왔고 받아들인 것에 대해 불안함과 의구심은 있었을 듯.

 언제나 가장 위에 걸려있을 듯했던 페아노르 가문의 깃발은 한 계단 내려와 피나르핀 가문의 깃발과 같은 높이에 걸려있고, 가장 높은 깃대에 핀골핀 가문의 깃발이 펄럭이고 다른 수 많은 깃발이 휘날리는 사이로 난 왕의 길로 걷는 핀골핀과, 앞을 지나갈 때마다 엄숙하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경의를 표하는 아들,조카,가신들이 있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어좌에 올라 찬별 링길을 뽑아 망명 놀도르 왕국의 개국을 선포하는 핀골핀과 그의 외침 아래 모두 가신들이 일제히 무릎꿇는 그 장경은 한번 진짜 보고 싶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모든 놀도르의 가문들과, 백성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순간은.


 2. 핀곤 핀데카노

 갑작스런 선대왕인 아버지 핀골핀의 사후 치뤄진 즉위식. 선대왕의 죽음과 피나르핀 가문의 앙그로드/아에그노르의 죽음도 있었고, 수 많은 엘다르/에다인의 전사자를 낸 브라골라크 이후이다보니 즉위식 자체는 굉장히 조촐했을 것 같다. 핀골핀의 즉위식 때와 달리 페아노르 가문과 피나르핀 가문은 아예 참석 할 수 없었을 듯. 각자 자기 영토 방비하느라 바빠서. 핀곤 자체가 그렇게 명목이나 형식따지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즉위식 그렇게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자신의 즉위식과 400년전 아버지의 즉위식과 재연합의 축제, 그리고 (내 망상으로) 그간 행해왔을 공식행사등을 떠올리며 정말 한풀 꺾인 놀도르 기세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 같다. 이것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중압감은 4대왕 핀곤의 마음속에 죽을 때까지 남아있었을 것 같다. 핀곤은 평상시에 철없다가 특정 계기로 참 크게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첫번째는 동족살상과 헬카락세 횡단이었고 두 번째는 브라골라크와 아버지의 죽음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동족살상과 헬카락세 이전과 이후의 핀곤은 내게 전혀 다른 느낌이고 브라골라크 이전과 이후의 핀곤 또한 난 전혀 다르게 생각된다. 핀곤은 거의 2천살 넘는 나이를 저 두 사건을 겪으면서 그 동안 못 먹은 정신나이를 확 먹었을 듯한 느낌?ㅋ 

 그리고 뭔가 놀도르에 오로페르 같이 깐깐한 노땅(...)이 핀골핀 사후부터 전쟁 때문에 미루어진 즉위식 이전까지 그 사이 꿋꿋하게 핀곤에서 "Your Majesty" 가 아니라 "Your Highness"  라고 부르는 걸 망상해본다. 즉위식 하기 전에는 당신은 왕세자이지 왕이 아니라는 답답할 정도의 원칙주의로. 사실 핀곤은 평소에 부하들이 자기한테 "핀곤 형아" 라고 불러도 뭐라 하지 않을 성격이라 생각하지만 저게 상당히 핀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자기가 이제 왕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제 정말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현실에 적응하고 떨쳐내려 노력하는데 저런 사소한 것으로 저 말처럼 자신은 여전히 그냥 왕자이고 아버지가 이곳에 계시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지는데다가 이 비참한 상황 속에 왕이 되고 싶지 않다는 회피가 자꾸 되살아나는 느낌이라서? 막말로 아버지 핀골핀이 살아있고 자신은 여전히 왕자였던 행복했던 과거의 환상에서 깨어나 왕이 되려 노력하는데 그런 현실로그인을(..) 자꾸 방해하는 그런? 너무 많이 갔나? 이 와중에 마에드로스에게 온 편지 한통이 위안될 것 같다.  보고할 때는 "Your Majesty" 라 칭하고, 마무리 추신에 안부를 묻고 걱정하는 때는 "My Friend", "Findekano" 라고 적혀있을 것 같다. 

 이분은 어째 즉위식 썰에서도 부차썰이 더 기네ㅋ 


 3. 투르곤 투르카노

  곤돌린 왕 즉위식부터 풀자면, 곤돌린 한정으로만 이루어진 즉위식이다보니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마 즉위식 중 가장 아름답게(?) 치뤄지지 않았을까 한다. 미스림 궁정보다 투르곤의 곤돌린 궁정이 더 삐까번쩍(..) 했을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핀골핀의 즉위식과 투르곤의 즉위식은 분위기 자체가 좀 달랐을 것 같다. 핀골핀의 즉위식은 분명 왕의 즉위식이지만, 유사시 놀도르의 총사령관으로써의 의미가 더 컸을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서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듯한 강렬한 카리스마와 위엄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뭔가 핀골핀은 즉위할 때 머리에 쓴건 실용적인 티아라쪽이었을 것 같고, 찬별 링길을 뽑아들며 개국선언 했을 것 같은데 반해 투르곤은 현대영국왕실 즉위식처럼 검 글람들링은 가볍게 수여식(?)만 하고 그의 양손에는 왕이 드는 봉.. 그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그거랑 옥새 혹은.. 그 동그랗게 생겨서 위에 십자가 있는거.. 이건 걍 이미지 첨부하는게 낫겠다. 아무튼 그걸 들었을 것 같다. 검은 그저 거들뿐. 오히려 투르곤이 티아라보다는 크라운을 썼을듯. 원작에서처럼 가넷 이따~~만한거 달린걸로. 장인들의 존경의 뜻을 담아 장인정신을 넘은 장잉정신까지 담아 가넷 엄청 큰거 퍼펙트하게 세공해서 뙇! 박고 온갖 보석들 다 박아드렸는데 투르곤이 그거 쓰고 "무거워. 빨리 즉위식 끝내고 벗고 싶다"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

 아마 양식자체는 비슷했을 것 같다. 가장 높은 곳에 핀골핀 가문의 깃발과 왕의 가문 깃발이 크로스로 세워져있고 거기서 한 두 세계단 아래에 왕의 유일한 혈육인 공주 이드릴의 문장이 걸려있고. 그 아래로 5:5 로 나뉘어서 곤돌린 10가문의 깃발이 쫙 나열되어있을듯. 그 깃발 아래 10가문의 수장들과 그의 가신들까지 질서있게 정렬해있을 듯. 물론 그 10가문 중 가장 왕과 가까운 쪽에 걸린 건 황금꽃 가문과 분수 가문의 깃발. 내부에서 즉위식을 끝내고 투르곤 왕과 이드릴이 나란히 왕의 탑 테라스에 나가 백성들에게 모습을 보이는 게 포인트지 않을까 싶다 ='ㅅ'= 핀골핀은 이런거 안 할거 같 ㅋ  백성들의 웃음과 손을 흔들면서 화답하는 투르곤과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군중을 향해 손을 내미는 이드릴이 생각나기도 한다. 

 투르곤의 5대 대왕 즉위식은 핀곤의 즉위식 이상으로 조촐했을 듯 하다. 핀곤이 투르곤이 보는 곳에서(라고 난 굳게 확신함^^)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곤죽이 되어 죽은데다가 아버지 핀골핀의 장례 치른지 (요정기준에서) 별로 오래지도 않았고 그냥 조촐하게 최측근 가신들과 핵심인물들만 놓고 치뤘을 듯. 곤돌린 왕의 즉위식과 엄밀히 다르지만 사실상 놀도르가 거의 다 망한 상황이라 거의 형식적이기도 했고.. 대왕즉위식을 위해 놀도르 장인들이 450년 전 쯤 있었던 핀골핀의 즉위식 생각하면서 그거랑 비슷한 티아라 만들어서 투르곤한테 보여줬는데 거기에 두고 다들 나가라고 한 다음에 그 티아라 집어던지면서(..) 입술 꽉 깨물고 서럽게 울었을 것 같다. 과거 즉위식 때 이것과 비슷한 왕관 쓰고 즉위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고, 형이 썼다가 16년만에 그렇게 된, 뭔가 저주받은 물건 같이 느껴졌을 듯. 그렇게 지쳐쓰러질 정도가 되서 고개를 힐끔들어서 구석에 내동댕이 쳤던 티아라를 결국 본인 손으로 주워 놓을 것 같다.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 없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사람이고, 사실 아버지랑 형도 이거 좋아서 썼을까 하는 생각도 들듯. 



 +

 4. 에레이니온 길갈라드

 길대왕은 사실 곤돌린 함락이후 즉위식 치르지 않았을 것 같다. 아마 길대왕의 즉위식은 린돈 건국 선포를 겸해서 이루어졌을듯 . 아마 에레이니온의 즉위식도 꽤 규모가 컸을 것 같은데 이건 핀골핀 즉위식과 같은 이유로 성대했을 것 같다. 에레이니온 같이 어린 시절부터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자라났던 소년왕에게 이런 허례허식에 사치 쏟는 건 정말 싫어했지만 대외적으로 보여져야 하는 것도 있고, 이제 정말 다시 대왕 왕권이 완전히 부활하였고 건재할 것이라는 걸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크고 성대하게 치뤘을듯. 하지만 전쟁에 질려 있던 왕 본인과 백성들의 속맘도 있고, 발라들이 대전쟁을 일으켜 악을 소탕한지 오래지 않았으니 핀골핀처럼 검을 뽑거나 하지는 않고 이건 오히려 투르곤의 즉위식처럼 치뤘을듯. 아마 엘론드와 아직 누메노르로 떠나기 전인 엘로스도 참석했을 것이고 아직 신다르들도 린돈에 있을 시절이다보니 오로페르, 스란두일, 켈레보른과 갈라드리엘 부부도 참석했을 것 같다. 이 때 갈라드리엘이 에레이니온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는 조금 생각해보고 싶다. 갈라드리엘이 보았던 즉위식은 핀골핀의 즉위식이 유일할 것 같은데, 과거 자신의 숙부가 썼던 것과 비슷한 티아라를 쓰고 즉위하는 사촌조카를 보면서 참 묘한 기분이 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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